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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놀대의 맛집

일본 요리를 즐기다. 일본과 뉴욕의 감성이 뒤엉킨 박재호 셰프 님과의 즐거운 시간. 구보다 일본 요리에서 즐기는 오마카세.

지난 1월 촬영을 갔던 곳 중에

인상적인 곳이 있었습니다.

원래 성북동에서 엄청 유명세를 떨치며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던

한 일본요리 전문 셰프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홀연히 종적을 감추고 사라지신 거죠.

그에 많은 단골들은 영문을 모른 채

사라진 셰프님을 이리저리 수소문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배움의 부족함을 느끼시고 

뉴욕으로 날아가 미슐랭 3 스타를

받고 영업 중인 Masa라는 일식 레스토랑에서

긴 시간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신 겁니다.

지금은 종로구 원남동에서 영업을 하고 계십니다.

그 덕에 저희도 어렵게 찾아내어 예약 후에 찾아갔었어요.

꽤 오래전에 단골이었던 놀던 형이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이 곳을 찾아내는 과정은 힘들었다고 합니다.

구보다 일본 요리.

현수막으로 걸어놓은 슬로건이 멋집니다.

 

방문 열흘 전에 예약을 했었고

4인 오마카세로 예약을 했습니다.

이 곳이 매우 특이한 점은

방문 인원이 몇 명이던

테이블 기준 10만 원 이상이라면

더 이상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그 손님 혹은 손님들만을 위해

올곧이 집중하여 요리를 내주시는 겁니다.

 

코로나의 시대가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신 방식이라고 합니다.

셰프로서의 고집이 보이는 멋진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예전 포스팅들을 찾아보면

코로나로 세상이 더럽혀지기 전

10명이 와도 거뜬하게 코스 요리를 차려내시더군요.

셰프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하나의 요리에 정성을 쏟아가며

코스로 여러 명을 한 번에 응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니

웰컴 사케 한잔씩 주시고

조금 지나니 전채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싱싱한 유자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숙성회와 방울토마토, 새우가 담겨있었고

석화와 북해도 산 해초 무침, 작은 고기 한 점.

1인당 5만 원의 오마카세입니다.

하이엔드 급의 곳과는 당연히 차이가 날 겁니다.

 

저 중에서 북해도 산 해초가 특히나 식욕을 돋우는

맛으로 다음에 나올 요리들의 기대감을 올려 주었습니다.

첫 번째 접시가 비워질 때쯤

자그마한 국물이 나옵니다.

어묵과 삶은 계란이 담긴 것인데

국물의 깊이가 보통 아닙니다.

그 뒤를 이어 나온

제주도 산 뿔소라.

소라 껍데기 안에 담아둔

드레싱을 부어서 먹으라고 하십니다.

아주 싱싱했던 뿔소라는

씹는 맛이 아주 좋았고

드레싱과의 조화도 훌륭했습니다.

다음으로 나온 대파 튀김.

이전에 운영하시던 곳들 중에

구보다 덴뿌라 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튀김요리에 일가견이 있으시다고 해요.

한 입 베어 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튀김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만족하며 먹습니다.

코스를 구성하고 있는 컨셉이

일본 온천에서 먹는 가이세키 요리라고 하는데요.

튀김 위에 뿌려 먹는 드레싱이

온천의 그것과 똑같이 생겼어요.

혹시 그 모양이 맞냐 여쭈니 맞다고 하십니다.

 

박재호 셰프님의 워낙 밝은 에너지로

재료와 요리에 대해 설명해 주시니

풍부한 맛을 느낌과 동시에

기분도 매우 즐거워집니다.

 

물론 말씀이 꽤나 많으신 편이라

개인에 따라 

불편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채요리들이 지나가고

드디어 뭔가 그럴듯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로 오징어 회.

이 플레이팅이 단골들 사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매번 내어주시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저희는 운이 좋았죠.

학의 모양을 나타냈는데

손님들의 행운을 빌어준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림 같아서 먹기 아까웠지만

한입 먹어보면 그 맛에 홀려

순식간에 접시는 비워집니다.

다음 접시를 내오시면서 불을 꺼달라고 부탁하십니다.

접시 위의 유자 뚜껑을 여니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어요.

싱싱한 유자가 타들어가며

상큼한 향이 퍼졌고

기대감이 상승합니다.

자연산 도미회.

예약을 받고 나서

날짜에 맞게 숙성되도록

적당히 숙성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자껍질을 갈아서

횟감에 바르고 같이 내어주신

와사피 편채와 간장을

곁들이니 지금까지 먹었던

회는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으로 요리를 내주실 때마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먹어보라고

알려 주셨는데 그대로 따라 해 보니

역시 최고의 조합이었어요.

셰프님 믿고 그대로 하면 되더군요.

이어서 등장한 다른 생선요리.

고등어.

저 뚜껑 안에서 고등어가 훈연 중입니다.

약간을 기다린 뒤 뚜껑을 열어 주라는

타이밍에 맞춰 열어줍니다.

고등어 초회를 생각했는데

난생처음 보는 방식이었어요.

한 마리에서 나온 양이라

깜찍한 정도의 양이었지만

같이 주는 김과 와사비, 초생강을 

얹어서 한 입에 넣으면

생선의 종류를 떠나

정말 맛있게 조리된 요리를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고등어라서 맛있었겠죠.

재료에 어울리는 조리법이 

있는 것이니 그에 맞게 

하신 것이겠고 말입니다.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맛이었어요.

이렇게 생선 요리가 비워갈 때쯤

이제 초밥이 나올 것이라는 

예고와 함께 국물이 또 나옵니다.

정말 잘하는 곰탕집에서나

나올법한 맛의 사골 육수에

랍스터가 들어가 묘한 시원함까지 났어요.

초밥의 첫 점은

도미 뱃살.

쥐어진 밥의 양과

재료의 크기도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셰프님의 팁대로 먹어봅니다.

이게 웬 호사인가...

단 한 점이었지만

만약 초밥으로 식사를

하는 거였다면

20피스 이상 먹고 싶은 맛입니다.

다음은 게살을 잘게 다져 쥐어준 게살 초밥.

재밌는 접시와 언제나 맛있는 게살.

초대리의 배합이 워낙 좋았는지

밥과 게살의 조합이 아주 좋았습니다.

다음은 유부초밥.

평범한듯하지만

밥의 맛이 워낙 좋았기에

그저 평범하지 많은 않았어요.

초밥들이 지나가고 이번엔 냄비가 나옵니다.

미리 계란을 풀고 있으라고 하셨기에

아! 스키야끼가 나오는구나.

생각하고 있었죠.

채소와 달달하게 어우러지는

불고기는 참 맛있습니다.

뜨겁게 볶아진 불고기를

날계란에 찍으면서

살짝 겉면이 반숙이 되는

느낌을 받으며

뜨거운 불고기를 마구 먹었습니다.

불고기를 3분의 1쯤 먹고 나니

이번엔 우동 사리를 넣어 주시네요.

저 때쯤 이미 모두 배가 불러 있었어요.

스키야끼야 같이 내어 줬던

밥을 못 먹고 있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계속 들어갑니다.

간이 워낙 좋았고

우동에 스며든 불고기 소스의 맛은

여느 볶음 우동의 맛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먹고 나니

진짜 벌꿀을 넣었다는 오미자차와

양갱으로 입가심을 하라고 주십니다.

 

사실.

이 날의 구성이

조금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기는 했었어요.

그러나 오마카세라는 말대로

저희가 셰프님께 맡긴 것이니

그대로 따라가야죠.

그리고 재료 값에 투자를 

많이 하시는 분이다 보니

저날 내어준 자연산 도미와

통으로 갈아먹었던 생 와사비 등

금액이 꽤 됩니다.

그날마다 준비하는 재료가

달라지는 것에

기대하고 있는 요리가 

안 나올 수도 있는 거죠.

충분히 아주 맛있고

즐겁게 식사와 술을 즐기고 

언젠가 다시 뵙기를

서로 기약하며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유학길에 오르실 지도

모르는 분이다 보니

한국에 계시는 동안 또 봬야 할 텐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다행히도 아직은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계시더군요.

 

또 뵙고 싶습니다.

박재호 셰프님.

구보다 일본요리.

https://www.youtube.com/watch?v=FGK3lfzb8x0

다른 정보는 유튜브 채널 '쫌놀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iLiSksve85Z9aqr4AaPfYQ/featured

 

쫌놀대

쫌 놀던 형의 대리인이 알려주는 맛과 멋이 가득한 맛집!

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