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쭈꾸미가 제철이죠.
바른 표기법은 주꾸미라는데
정이 안갑니다.
쭈꾸미가 좋네요.
쭈꾸미는 특정 지역
용두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장사하는 곳이 많고
그 수많은 쭈꾸미 집들이
대부분 스타일이 비슷하죠.
새빨간 양념과
먹으면서 땀을 뽑아내는
알싸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그 맛.
전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합니다...
나이 들수록 매운 음식들...
물론 맛있게 매운 것은 조금 나은 편인데
자극성만 강한 음식은
점점 피하게 되고
몸의 반응도 아주 안 좋습니다.
맵찔이...
그런데
놀던 형의 거래처 대표님을 만나기로 했던
지난 1월.
신사동으로 약속이 잡혔고
식당 이름이 신사쭈꾸미 랍니다.
굉장히 오래됐다고 하지만
솔직히 기대감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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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무려 32년째 영업 중.
코로나 이전엔
예약을 하고 오지 않으면
허탕 치고 돌아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답니다.
게다가
연탄불에 굽는 다니요.
갑자기 기대감이 차오릅니다.
원래 몸에 안 좋은 게 맛있어요.
저는 연탄불에 굽는 대부분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숯불보다 좋아해요.
물론 메뉴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연탄은 참 친숙하기도 하며
나이 들어 다시 마주한 뒤로는
숯불보다 굽기가 더 쉬웠고
맛 또한 뒤처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연탄불만 보면
불나방이 되어버리네요.
이 곳은 직원분들이 직접 구워주십니다.
주문은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각 3인분.
소금구이가 먼저 올라갔어요.
사실 평생 먹어 본 쭈꾸미는 전부다
지옥불 같은 색깔의 것들 뿐이었는데
왜 이제야 이런 방향을
알게 되었는지 아차 싶었습니다.
직원 분의 굽는 실력이 좋다 보니
아주 적당한 상태에서 옆으로
밀어주십니다.
아.
이거였네요.
쭈꾸미는 소금구이가 답이었어요.
이 곳의 마늘 기름장이
꽤 맛있었는데
소금구이와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사실 양은 얼마 안 되다 보니
3인분이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단 13분.
물론 사람이 네 명이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먹게 될 줄은 몰랐어요.
재빨리 양념구이를 부탁드립니다.
다른 곳들보다는 덜해 보이는 양념.
익어가면서 조금씩 진해지기도 했고
각도 탓에 훨씬 진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 익고 나서 먹어보니
32년간 장수하는 곳은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저야 물론 소금구이가 아주 좋았지만
양념의 내공도 깊고 강합니다.
적당한 맵기에 연탄불로 인해서
입혀진 불향은 저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양념구이의 맛을
조금 올려 주었어요.
이 정도면 평타 정도는 치겠구나.
전 그랬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양념을 좋아하겠죠?
이날 저와 놀던 형은 똑같이 소금구이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양념구이 마저 13분 만에 사라졌습니다.
애초에 성인 4명이 6인분을 주문했으니
적은 게 맞긴 한데
사실 양이 적기도 적습니다.
오죽하면 다 구워지고 나서
불판 위의 쭈꾸미가 전부 사라지는 시간을
편집하면서 촬영본으로 시간까지 확인했을 정도...
결국 더 주문합니다.
데침(숙회) 1인분.
정말 앙증맞게 나옵니다.
맛도 누구나 상상하는 딱 그 정도의 맛.
순수에 가까운 것이니 당연한 거겠죠.
암튼 쏘쏘.
데침의 양이 저럴 것이란 예감이 있었기에
같이 주문한 무침(초무침) 2인분.
이 녀석이 공동 주연.
소금구이와 같이 먹으면 궁합이 아주 좋았을...
꽤 추울 때였는데
이 무침을 먹으니 향긋한 봄내음이
느껴지면서 쭈꾸미의 씹는 맛도
오이와 초장의 조합도
정말 좋았습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다른 걸 볼 필요도 없이
소금구이와 무침을 처음부터
주문하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언제나 개인의 취향입니다.
당시는 영업을 21시 제한하던 시기.
아쉬운 마음에 계란찜도 주문하며
소주, 맥주를 추가했었죠.
어디로든 2차를 가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마지막 안주까지 기분 좋게 먹고 일어났습니다.
처음 하고 있던 걱정은 사라지고
오히려 아쉬움이 남아 돌아왔던 기억이에요.
30년 이상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충분히 납득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신사동.
도산공원.
신사쭈꾸미.
https://www.youtube.com/watch?v=1vx3N3Tt2g0&t=56s
다른 정보는 유튜브 채널 '쫌놀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iLiSksve85Z9aqr4AaPfYQ/featured
쫌놀대
쫌 놀던 형의 대리인이 알려주는 맛과 멋이 가득한 맛집!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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